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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AI 산업의 치명적인 한계: 한국형 데이터 생태계 부족과 비공개성의 벽

인공지능(AI)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의료, 제조, 서비스, 금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데이터 기반의 AI 알고리즘을 활용함으로써 효율성, 생산성, 정확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내 AI 산업 발전은 여전히 한계를 마주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형 데이터 생태계’의 빈약함과 정보 비공개성, 데이터 비표준화 문제가 그 발전에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1. AI 발전의 필수 요소: 데이터의 질과 양

AI 모델을 개발하고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이면서도 질적으로 우수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딥러닝, 머신러닝 모델은 훈련 데이터의 편향 최소화와 정확한 라벨링을 전제로 성능 향상을 이룹니다. 해외의 경우 다양한 공개 데이터셋, 공공 기관의 오픈데이터 정책, 산업계-학계 간 데이터 공유 협력 네트워크가 촘촘히 구성되어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이런 측면에서 현저히 뒤처져 있습니다. 데이터의 총량 자체가 부족하거나, 심지어 데이터가 있더라도 이를 활용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가 미흡합니다. 특히 사법부 판결문 등은 공공 데이터로서의 가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비공개 원칙 또는 제한적 공개를 고수해,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고품질 데이터로 재가공하기 어렵습니다.

2. 비공개성과 데이터 활용 한계: 사법,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판결문이나 의료 기록과 같이 민감 정보를 담고 있는 데이터는 AI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비식별화, 개인정보 보호 등 엄격한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비식별 기술이나 개인정보 활용 규제 완화 등 제도적 정비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데이터마저 산업 전반으로 풀어내기가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어, 미국, 유럽 등은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공공 문서나 의료데이터를 연구 목적 혹은 혁신 기술 개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비교적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민감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이 모호하거나 지나치게 제한적이라 실질적인 데이터 공유는 요원합니다. 이는 결국 AI 스타트업, 연구기관, 대기업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데이터 접근성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3. 비표준화된 데이터 포맷: 공공 문서 양식의 파편화

공적 문서나 공식 기록이 AI 모델 훈련에 활용될 수 있으려면, 표준화된 형식과 구조가 정립되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판결문, 행정 문서, 금융정보 문서 등은 통일성 있는 형식 및 메타데이터 구조를 갖추어야 머신리딩, 텍스트 처리, 자연어 이해 모델이 학습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다수 기관들은 아직까지 각기 다른 문서관리 시스템과 편의적 서식을 사용하고 있어, 대량의 비정형 데이터 정제 비용이 발생합니다. 표준화 작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추진력이나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기관 개별적으로 표준화에 나서기는 어렵고, 이는 다시 데이터 접근성 및 활용성 저하로 귀결됩니다.

4. 오랜 기간 고착된 시스템: 극복의 어려움

이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 이슈가 아니라, 제도와 관행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오랜 기간 동안 정보 비공개 원칙, 관 주도의 데이터 관리 방식, 폐쇄적인 행정문화가 누적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표준화된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 플랫폼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법적·제도적 개선, 기관 간 협의, 개인정보 보호 관련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5. 개선을 위한 제언

  • 법·제도 개선: 공공 데이터 개방 확대, 비식별화 기술 표준 확립,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간 균형을 맞추는 제도 정비가 필요합니다.
  • 데이터 표준화 인프라 구축: 국가 차원의 데이터 표준 포맷 마련과 이를 지원하는 교육·컨설팅 프로그램 운영이 중요합니다.
  • 기관 간 협력 촉진: 공공기관, 민간기업, 학계, 연구소가 데이터 공유를 위한 범국가적 협의체를 구성하고,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나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 장기적 관점의 접근: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하고 고도화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마무리하며

국내 AI 산업은 기술력 자체로는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그러나 데이터 활용 생태계의 빈약함, 비공개성 및 표준화 문제는 이러한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데 큰 장애 요인입니다. 오래된 관행과 제도를 개선하고, 공개와 표준화의 문화를 확산함으로써 한국의 AI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국내 AI 기업들은 단순히 기술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데이터 환경 개선을 위한 적극적 목소리를 내고, 정부·기관과 협력하며, 나아가 새로운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나가야 합니다.